[한국일보 칼럼] 일자리 전환기의 시대에서 / 장수한 (17.01.24)

[삶과 문화]
일자리 전환기의 시대에서

한국일보 / 17.01.24
글쓴이 : 장수한 (퇴사학교 교장)


최근 어느 대기업을 은퇴하신 분에게서 들은 말이다.

“내가 지난달 정년 퇴직하면서 은퇴 컨설팅이다  퇴직 교육이다 온갖 교육을 다 받아봤는데요, 당시에는 좋은데 지나고 나면 여전히 막막합니다.”

퇴사학교를 운영하면서 요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호소를 듣게 된다. 베이비 부머 은퇴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사회적 관심과 문제 의식은 큰데 비해, 정작 실효성 있는 대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다.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고용률은 30% (2015년 기준)로 OECD 평균 (14%)보다 2배나 높다.

그러나 이 중 70% 가량이 경비, 청소와 같은 단순 노무직 또는 자영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지난 1년간 50대 이상 비정규직은 18만명이나 증가했다고 한다. 대기업을 은퇴하고 빌딩 경비 등 비정규직에 취직하는 것도 이제는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30ㆍ40대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정년은 짧아지고 시대는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10여년간 쌓아온 역량이 회사 없이도 자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반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훗날 막막한 퇴사를 피할 수 없다면 그 전에 미리 준비하자는 것이다. 내가 아는 부장님도 1년의 휴직 기간을 갖더니 40대 중반에 퇴사 후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누구나 다 이렇게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대부분의 30ㆍ40대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OECD 최고의 노동 시간에 시달리며 그저 사표를 가슴 속에 품은 채 오늘도 출근길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20대는 어떨까? 20대의 취업난은 이제 시대의 고질병 같은 것이 되었다. 통계에서 파악되지 않는 실질적인 20대 실업자가 4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기사를 봤다. 요즘엔 평균 취업 준비 기간이 2년을 훌쩍 넘는다. 30살 신입사원도 어색하지 않다. 20대라는 꽃다운 청춘 내내 ‘취업 준비’에만 매달릴 수 밖에 없는 현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취업을 해도 몇 년 뒤 똑같이 지금의 30~40대가 맞닥뜨리는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시대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는데 사회 조직적 대응은 너무 느리고 이에 따른 갭(Gap)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일자리는 줄어든다. 변화하는 혁신 산업에 늦장 대응인 기업들의 경쟁력은 약해진다. 기존 전통적 산업의 T/O가 줄어드니 취업은 더 어렵고 은퇴도 빨라진다. 과거 산업사회의 프레임 하에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점점 사라진다. 이제는 과거 방식처럼 스펙만 잘 쌓는다고 해서 취업이 되는 세상이 아닌데, 우리는 여전히 스펙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 엔트로피 총량의 법칙처럼, 기존 산업의 T/O가 줄어드는 만큼 변화하는 산업의 니즈는 증가하고 있다. IT, 모바일, 콘텐츠, 스타트업, 소셜벤처 등 혁신 분야의 일자리들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여전히 누군가는 대기업과 공무원에 매달릴 때, 다른 쪽에서는 이미 거대한 변혁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2년차 마케터가 대기업에서 보고서만 쓰던 10년 차 마케팅 팀장보다 더 실력 있는 시대가 되었다. 당장은 대기업이 더 좋아 보여도, 혁신 분야의 일자리들은 잠재력이 훨씬 크다.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학습’ 역량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교육 DNA를 지닌 나라이다. 일자리 전환기의 시대에 직면한 지금, 20대든 50대든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새롭게 배워야 한다. 기존 조직이 주는 안정감에 안주하지 않고, 내 손으로 진짜 자생하는 실력을 길러야 한다. 무엇보다 여기에 걸맞은 ‘진짜’ 교육 시스템이 절실한 시대이다.

장수한 퇴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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