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 수강후기]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는 시간

페이지 정보

YY 댓글 0 조회 366 18-02-11 20:09

본문

3552850849_1518347081.2639.png

3552850849_1518347094.4726.jpg


"오늘만큼은 야근은 절대 안된다"


 마음먹은 수요일긴급한 자료를 꾸역꾸역 처리하다보니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오늘부터 글쓰기 수업이 시작되는데.. 제정신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수강을 취소해야 하나 고민이 또 시작되었다.  매주 수요일 참석은 빠지지 않고 할 수 있을까, 졸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야근. 매일 매일 야근. 퇴근하고 집에 가면 눈알이 뻑뻑하고 정신은 멍해져서 씻고 눕기에만 바빴다. 주말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매주 그렇게 누워서 시간을 보내며 다시 돌아올 월요일을 걱정한다. 

 매일 사무실에 앉아 있던 사람은 내가 아니다. 그곳에서 나로서 온전히 지내면 미쳐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도 영혼도 없는 로봇이 앉아서 자판을 두드리고 화난 듯 바쁜 듯 낮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제발 빨리 끊어라. 정시퇴근 좀 해보자.)

 나는 그동안 내 일이, 직장이 너무 너무 싫어.” 하면서도 그 이유를 제대로 정리해 본 적이 없다.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것도 피곤했기 때문이다.

 내 직장생활의 가장 큰 문제는 쓸데없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무지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일들로 실적 경쟁을 하고 개인, 부서 평가에 반영을 한다. 그리고 의전을 위한 업무와 보고를 위한 보고서, 회의를 위한 회의들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면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내 고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 온다. 그저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러니 고유 업무에 내 생각 따위를 반영할 수 있는 여유는 없고 마감기한에 맞춰서 관례대로 일을 쳐낸다. 


 처음 이 직장에 들어왔을 때 누군가가 일을 한다고 하지 않고 쳐낸다고 표현하는 걸 듣고 이상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입사 7년차를 바라보는 지금 그 말 만큼 이곳의 업무처리방식을 잘 표현하는 말도 없는듯하다해야 할 업무가 떨어지면 먼저 어느 부서 누구한테 이걸 떠넘길까를 고민한다.
(이 때에는 나의 업무영역이 매우 좁게 해석된다) 

 그런데도 정말 어쩔 수 없이 빼도 박도 못하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면 관례대로 귀찮은 벌레 떼어내듯 재빨리 털어낸다. 그게 제일 안전하니까. 언제나 원래부터 쭉 그렇게 해왔다.’ 이러면 아무 문제없다. 잘못된 관례를 바꿔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하는 순간, “그럼 해봐. 바꿨다 잘못되면 책임질 거지?” 이런 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대부분이 의견 제시 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렇게 영혼 없는 로봇이 되어 일을 기계처럼 처리하고 집에 가서 격렬히 아무것도 안하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세월만 간다. 문득, 내 젊음이, 삶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퇴사의 추억 책을 만나게 되었다. 나와 같은 고민들. 그런데 굉장히 세련되게 표현을 해놓았구나. 나도 이런 고민들을 수도 없이 했는데,, 이 사람은 자기의 생각을 이렇게 고민하고 정리하면서 온전히 자기 자신일 수 있는 시간을 보냈구나. 그래서 결국 한 걸음 도약했구나. 나도 그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글쓰기 수강신청을 했었는데.. 젠장. 괜히 했나. 내가 무슨 글을 써보겠다고. 그나마 일찍 퇴근할 수 있는 날에는 집에 가서 밀린 잠을 더 잘 수 있을 텐데.. 그리고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는 내 소중한 시간이 줄어들겠구나! 이런 어리석은 인간. 생각하면서 시청역으로 향했다.
  
강의실에 들어선 순간 피로가 몰려오면서 눈알 뻑뻑한 증상이 다시 도졌다. 
으악. 피곤해. 큰일 났다. 10시까지 어떻게 버티지.

3552850849_1518347159.7083.jpg

그런데 수업이 시작되고 나의 글쓰기 역사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간만에 머리를 굴려 생각이란 걸 해보았다. 그것도 나 자신에 대해서. ? 이런 생각은 처음 해보는데? 어려웠지만 그동안 몰랐던 나의 희한한 구석을 발견하는 것 같아 즐거웠다. 그리고 다른 수강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와 비슷하다..

  대표님, , 그리고 다른 수강생들 모두가 같은 결을 가지고 있는 선한 사람들인 듯 보인다. 아마, 비슷한 고민을 거듭하면서 희미한 빛을 찾아서 걷다가 이곳에서 만난 것이겠지. 신기하게도 모두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들처럼 편안했고 나도 가식적으로 꾸밀 필요가 없는 안전(?)한 곳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일도 아니고 다른 사람도 아닌 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앞으로의 수업이 더 기대된다.

※ 이 글은 퇴사학교 '보통 직장인의 위대한 글쓰기' 수업의 1주차 과제입니다.
※ 무단 전재 및 재배포는 삼가해 주십시오.
추천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http://t-school.kr/bbs/board.php?bo_table=tmoment&wr_id=62링크복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