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 그저 책과 술이 좋았습니다. 심야서점, 책바(Chaeg bar) / 정인성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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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수업이 끝나자 우리는 버스를 타고 신주쿠로 나가서
기노쿠니야 서점 뒤편 지하에 있는
‘DUG’에 들어가 보드카 토닉을 두 잔씩 마셨다.

“난 가끔 여기 와.
낮에 술 마셔도 이상한 기분 안 드니까.”

“낮부터 그렇게 자주 마셔?”

“가끔.”

미도리는 달가닥 소리를 내며 잔에 남은 얼음을 흔들었다.

“가끔 사는 게 괴로우면 여기 와서 보드카 토닉을 마셔.”

–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中, 무라카미 하루키

그런 날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업무를 쳐낸 날
집에 쏙 들어가버리긴 2% 아쉽고,
그렇다고 시끌벅적하게 사람들과
어울려 놀고 싶진 않은,
뭔가 감수성 넘치는 퇴근길.

그런 날, 떠오르는 건
가볍게 혼자 즐기는 술 한 잔과
감성적인 책 한 권 아닐까요?

연희동 한 골목의 아담한 공간.
술 마시는 책방, ‘책바’가 있었습니다.

8시쯤 되면, 퇴근 길이 아쉬운 직장인들이
한 명씩 들러 1인용 소파에 앉아
술 한 잔, 책 한 권을 읽는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낭만적인 심야서점, 책바

책을 좋아하고, 술도 좋아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렇게 좋은 술이랑 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2년간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직접 소설, 에세이, 독립서적을 큐레이션하며

낭만적인 BAR&심야서점, 책바를 시작한
정인성 선생님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1. 졸업 후, 꿈꾸던 회사에
들어가셨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어떻게 회사를 선택하셨나요?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 수단이 마케팅이 되면 재미도 있고 잘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산업 분야 중에서 소비재를 선택한 이유는
사람의 일상과 늘 함께하는 것들이기 때문이었죠.

마케터가 되겠다는 꿈은 군복무 시절 처음 생각해 보았습니다.
경영 그리고 마케팅과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전공을 했기 때문에 갈 길이 멀었어요.
어떤 준비를 해서 꿈꾸던 회사에 입사했는지는 강연 시간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2. 정인성 선생님의 회사생활은 어떠셨나요?
무슨 일을 하셨어요?

Assistant Brand Manager 라는 직함으로,
한 브랜드를 담당하여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관리하였습니다.
대체로 만족스러운 편이었으나,
그래도 아쉬웠던 점은 예상했던 것보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3. 많은 분들이 예상과는 다른 실제 회사생활을
아쉬워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퇴사를
결심하게 되셨나요?

조금 더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글보다는 이야기로 말씀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자세한 것은 만나 뵙고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책바와 정인성대표님! (출처=KBS)

4. 퇴사 전, 책바를 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뒤 퇴사하셨던 건가요?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혹시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대부분 사람들에게 세계여행이란 막연한 꿈에 불과합니다.
누구나 꾸는 꿈이지만, 막상 실현하는 사람들은 소수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바와 서점을 열겠다는 생각은
먼 미래에야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꿈 정도였습니다.

, 별다른 많은 준비를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대신 지금 돌이켜보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는 점들이 있었죠.

5. Connecting the dots네요!
그렇다면 실제로 퇴사를 하니 어떠셨나요?
실제 퇴사도 예상과는 달랐을까요?

재미없는 대답일 것 같은데…
솔직히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른 점이 없습니다.

(그러셨군요..)

사랑스런 문장

6. 책바를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의미있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책과 술을 함께 즐기는 손님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의미를 느껴요.
그렇기 때문에 저에겐 매일이 의미있습니다.

7. 그렇다면 반대로, 책바를 시작하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책바를 오픈 하기 전까지는 10년 가까이 앉아서 공부와 일을 했었죠.

그런데 일어서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근육이 적응을 못해서 근육통이 꽤 있었어요.
몸이 재산인 일이기 때문에 걱정을 좀 했었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고,
지금은 근육도 적응을 했는지 다행스럽게도 큰 무리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8. 사실, 퇴사라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새로운 인생의 방향을 찾는 것이니까요.
퇴사 후,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요?

얻은 것은 인생에 대한 오롯한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감,

잃은 것은 친구들과의 즐거운 술자리
지금 당장으로서는 생각이 납니다.

9. 정인성 선생님께 ‘일’이란 무엇일까요?

저에게 일이란
생존과 자아실현의 교집합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마시다 만 한 잔의 압생트, 그리고 인간 실격

10. 퇴사한 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요?

하루의 사이클이 180도 달라졌죠.
회사를 다녔을 때는 보통 낮에 일을 했고  지금은 밤에 일을 하니,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세상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11. 요즘, 잘 먹고 잘 사시죠ㅎㅎ?
지금 선생님의 삶의 모토는 무엇인가요?

,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 삶의 모토는 크게 세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Balance, Difference, Taste 입니다.


첫 번째로 Balance는 균형이 잡힌 생활을 의미합니다.
균형이 잡힌 삶은 어느 일이든지 꾸준하고 건강하게 지속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저는 현재의 일을 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해졌고,
운동과 일 그리고 취미 등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균형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Difference는 남들과는 다른 방향의 삶을 의미합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달려갈 때,
다른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그곳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용기를 늘 가지며 살고 싶습니다.

세 번째로 Taste는 취향이 있는 삶을 의미합니다.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 것도 명확히 이야기 할 수 있는 뚜렷한 취향을 가지고 싶습니다.
이러한 취향은 뚜렷해질 수록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목표는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조금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살자입니다.

12.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경제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싶어 퇴사학교를 찾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학생들에게 조언을 드리고 싶다면?

목적을 뚜렷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좋아하는 일이 우선인지, 경제적인 목적이 우선인지.
그런데 저는 전자가 우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후자는 어느 정도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후자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도 필요합니다.
세상이 낭만으로만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더불어,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부지런한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수도사들의 딴짓으로 탄생한, 가장 오래된 리큐어 중 하나인 베네딕틴

13. 마지막, 퇴사학교 공식 질문입니다.
퇴사학교를 찾는 학생분들께 던지고 싶은
정인성 선생님만의 질문(화두)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적부터 이루고 싶었던 막연한 꿈들이 있을 거에요.
그런데 그 꿈들이 더 나이를 먹고
은퇴를 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일까요?

혹시, 조금 더 일찍 이룰 수는 없을까요?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
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中, 박민규

퇴사학교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게 정말로 가능한가요?”

퇴사학교 학생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
신기하게도, 누구 하나 예외없이
저마다의 가슴 속에 품은 에너지들을 조심히 공유합니다.
마치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는 듯.

책바, 정인성 선생님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는 정인성 선생님.
그저 좋아하는 책과 술을 합치니
일과 삶의 균형과 경제적인 여유까지
만족스러운 삶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정인성 선생님.

원하는 삶을 스스로 만들어간 선생님을 보며
“역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야겠다….”
저희 또한  작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무척 힘든 순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걸 솔직하게 나누고 싶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택해도 될 지,
눈 앞이 그저 막막한 사람들에게
정인성 선생님의 책바 이야기가

회사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수 많은 직장인들에게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먼저 꿈을 찾아간 선생님들의 솔직한 인터뷰,
TO BE CONTINUED!

아직 후기가 없는 강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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