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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직장인의 위대한 글쓰기> 수업 후기(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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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학교 댓글 0 조회 458 18-02-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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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짓말을 했다"


 100% 거짓말은 아니지만 진짜 이유는 말하지 않았으니까. 글쓰기 수업을 신청하게 된 이유가 여행에서 나만의 글을 남겨오고 싶어서라고 말했었다.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던 이유가 여행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작가를 지망하던 그 때문이었다. 반오십년동안 나는 글, 책 그러니까 쓰는 것과 읽는 것에 흥미랄 것이 없었다. 그래서 무언가를 써본 일도 읽은 책도 얼마 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어쩌다 만난 그 남자 때문에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서점에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점을 가서도 내 책을 산 적은 거의 없다. 나는 서점보다 핫트랙스(대형문구점)를 좋아했으니까. 그 사람은 항상 책을 봤다. 그 사람은 매일 글만 썼다. 글을 쓰지 않으면 책을 봤다. 일주일에 딱 하루 토요일 밤 11, '그것이 알고 싶다'를 시청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온통 글 아니면 책이었다.

"우리의 거리는 3시간 30분짜리였다"

 나는 서울에 있었고 그는 부산에 있었다. 나는 하루 일과를 보고하는 것을 좋아했다. 일을 마치면 항상 전화를 걸어 조잘대기 바빴다. 그리고 그의 하루도 궁금했다나는 매번 뭐하고 있었냐고 물어봤고 그의 대답은 지독하게도 한결같았다. (물론 처음에는 그 한결같음을 좋아했었다.)

"글 쓰지"

. . . 

지겨웠다. 다른 일 없었냐고 물어봐도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기껏해야 도서관에 다녀왔을 뿐이다. 차라리 나한테 그 놈의 글이라도 보여줬다면 덜 답답했을 것이다. 1년을 넘게 한 글자도 얻어 읽지 못하는 데 하루 종일 글 썼다는 소리를 들으니 영화 예고편만 50번째 보는 기분이었다. 그래. 그도 내 회사얘기와 친구얘기가 지겨웠을 수는 있겠다. 그렇게 점점 이 연애에서 흥미를 잃어갔다. 어느 5, 얼굴도 보지 않은 채로 헤어져버렸다. 마지막에 그는 6개월 정도 강원도 절에 글 쓰러 들어간다고 했다. 또 글? 지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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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 어쩌다 보니 6개월이 지나갔고 그가 절에서 나왔는 지 어쩐 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쯤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퇴사학교를 보았다. 창업, 창직, 먹고사니즘 이런 수업들을 관심 있게 훑어봤다. 그런데 왠열. ‘누구나 여행작가 클래스를 신청했다. 첫 번째로 여행에서 멈칫했고 두 번째로 작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구나에서 나는 카드를 긁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상적인 사고흐름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당분간 책을 멀리 하고 글과 담을 쌓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 그런데 하필 그 때 쓸데없는 승부근성이 발동해버린 것이다. 누구나 여행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내가 먼저 책을 내버리겠다는 유치한 다짐을 한 것이다. 대체 왜 그 포인트에서 전투적이 되어버린 것인지. 결국 1회성 수업으로 만족을 하지 못한 나는 학기제 글쓰기 수업을 신청하였다.

학기제 수업 시작까지는 약간의 텀이 있어서 겨우 그 기간 동안 나는 전투의지를 상실해버렸다. 그리고 나조차도 까먹었다. 진짜로 여행 에세이가 써보고 싶은 데 글을 쓸 줄 몰라서 수업을 신청한 것이라고 착각해버렸다.


망각 또한 신의 배려입니다.
- 드라마 '도깨비' 중에서 




 갑자기 도깨비 대사가 생각나서 웃기지만 전부 잊어버리니 좋았다. 그도 잊었고 진짜 이유도 잊어버렸다. 처음 이유가 어찌되었던 간에 수업이 시작한 후부터는 나를 위해서 한 것 이었기 때문이다. 첫 수업 후에 숙제를 하기 위해 반 정도는 비자발적으로 책을 읽고 글도 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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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정말 신기했던 것은 이때까지 한번도 좋아할 생각조차도 안 했던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었다. 글쓰기가 재미있다니. 어렵기는 했지만 수업도, 글 쓰는 것 자체도 정말로 즐거웠다. 그 동안 글에 너무 야박했던 것은 아닌가 혼자 심심한 반성도 해보았다.

 글쓰기 수업으로 얻은 것이 다만 글쓰기의 재미뿐만은 아니다. 글쓰기는 다른 여러 것들의 가능성을 무한하게 열어주었다. 앞으로는 생각만으로 무언가를 판단하지 않게 될 것 같다. 글쓰기는 그런 편견을 깨주었다. 

"어쩌면 나는 엄청난 서퍼(surfer)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주 수요일, 글쓰기 수업의 마지막이었다. 두 달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짧았던가? 이제 수요일 저녁 글쓰기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한편 혼자서도 글을 꾸준하게 써갈 수 있을 지 잠시 걱정도 되었다. 그런데 뭐, 너무 부담 갖지만 않으면 되지 않을까? 화실에서도 매번 쌤 망쳤어요를 외치고 내 그림을 쓰레기라 부르면서도 일 년 가까이 잘 다니고 있지 않나. 

모든 초고는 걸레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글도 그냥 쉽게 생각해야겠다.
 
시작은 걸레였으나 그래도 훗날 행주 정도는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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